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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글쟁이들, 대한민국 대표 작가 18인의 '나만의 집필 세계'

1. 시작하며

책을 읽을 때마다 항상 생각하는 것은 ‘저자의 의도’이다. 그것이 제목이나 목차, 책 곳곳에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면 좋은 책이다. 반대로 아무리 유명한 작가나 학자의 책이라도 그것이 명확하지 않으면 읽을만한 가치는 떨어진다. 이번 주에 읽었던 책은 ‘한국의 글쟁이들’이다. 나는 왜 이 시점에 사부가 이 책을 읽으라고 했는지 ‘사부의 의도’가 궁금했다. 사부는 ‘대화’라는 주제로 네 권의 책을 제시했다. 그중에서 두 번째 책이 ‘한국의 글쟁이들’이다(더욱이 절판되어서 중고로 어렵게 구입했다). 대화라니, 이 책과 대화라는 주제가 무슨 관련성이 있을까? 책에서 소개하는 18명의 작가 중에서 내가 아는 작가는 고작 5명밖에 안 되는데, 절반 이상이 생소한 작가들과의 인터뷰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 이 책을 통해서 무엇을 배우라는 것일까? 

2. 글쓰기는 소통이다

이 책을 쓴 고(故) 구본준 작가는 한겨례 신문 사회부와 문화부, 건축전문 기자로 활동했다(2014년 해외출장 중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업 작가 18인을 인터뷰와 (기자답게) 취재 형식으로 만나 그들의 삶과 책, 글쓰기에 대해서 정리했다. 18인을 선정한 기준은 책의 제목에 그대로 나와 있다. 글쓰기가 삶의 전부인 글쟁이들이다. 특히 전문적이거나 학문적인 글쓰기가 아닌 독자들과 소통을 하며 그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 경험을 그들이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 주는 글쟁이들만을 선정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18인의 공통점을 한 가지로 정리한다면 저널리즘(journalism)에 기반한 대중과의 ‘소통’이다. 여기서 ‘저널리즘’이라고 하는 것은 ‘신문과 잡지를 통하여 대중에게 시사적인 정보와 의견을 제공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저널리즘에 기반한 소통이란 첫째로 ‘대중’(독자)이 있어야 하고, 둘째로 ‘시사성’(時事性) 있어야 하며, 셋째로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쟁이’라고 해서 화려하고 전문적인 용어로 가득찬 글들을 멋지게 집필하는 전문가만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그들이 이해할 수 있고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소통하는 글쓰기’이다. 

 

이 내용은 18인의 글쟁이들과의 인터뷰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아이디어를 글로 쓰면서 추구하는 목표는 ‘소통’이다”(정민), “책을 쓸 때 ‘전달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정민), “이 씨가 생각하는 저널리즘은 결국 ‘소통’의 문제다. 정보나 지식 등 필요한 것을 전하는 과정에서 일상의 언어로 길을 터주는 것이다”(이주헌), “글쟁이로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바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글쓰기이다”(이덕일), “한비야 최고의 장점을 ‘전달력’으로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한비야), “어떻게 하면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끈을 놓치지 않는가, 그게 내 삶에서 끊임없이 벌여야만 하는 사투라고 할 수 있어요”(김용옥), “어려워 보이는 것을 쉽게 전달하는 것이다”(이원복), “대중적 글쓰기와 대중이 관심을 갖는 것들, 읽고 싶어 하는 주제를 찾아내는 저널리즘 감각을 무기로 갖춰 재미와 정보를 함께 주는 과학 칼럼으로 방향을 잡았다”(이인식), “그가 세운 글쟁이의 덕목과 능력의 기준은 명쾌하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글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써야 한다는 것이다”(허균), “그들이 연구하고 생각하고 깨달은 것이 대중에게, 후학들에게 전해질 때 존재의미를 갖는다”(주경철). 

 

지금까지 우리는 글쓰기에서 소통을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했다. 작가는 ‘A’라고 글을 썼는데 독자들이 그것을 ‘A’라고 알아보지 못하면 독자의 무능이라고 생각했다. 더불어 그 ‘A’를 전달하기 위해 현학적이고 나르시시즘(narcissism, 자아도취, 자의식 과잉)적인 글쓰기가 난무했다. 그러나 책에서 소개하는 글쟁이들은 모두 대중적인 글을 쓰는 전문가들이다. 그 분야가 과학이든 미술이든 건축이든 만화나 인문학이든 상관 없이 한 분야의 전문가들로서 충분한 지식과 정보, 학위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다. 그들은 모두 자신들만의 세계에 갇히지 않았으며, 한국 사회에서 쉽게 경험되어지는 엘리트 의식에 빠지지 않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지식과 경험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글을 쓰는 진정한 글쟁이들이다. 

3. 결론 

책을 놓으며 얼마 전 시청한 ‘싱어게인’에서 이선희 심사위원이 한 말이 생각났다. “그것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이 책은 글쟁이로 살아가는 삶과 철학,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룬다. 어떻게 인생의 고비 가운데 글쟁이의 길을 가게 되었는지, 그것을 통해 얻게 된 인생철학은 무엇인지, 글쟁이가 되기 위한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습득하고 처리하는지, 특히 그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메모광이었다. 더불어 인터뷰 중간과 끝 부분에 글쓰기에 대한 팁도 제공하고 있어서 글쟁이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솔솔 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그렇지만 책을 완독 하며 사부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했다. 소통! 그들은 모두 글로 대중과 대화하는 글쟁이들이었다. 그래! 이 책을 통해 이거 하나만 깨달아도 충분하다. 왠지 마음속에 글쓰기 혹은 작가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부담감이나 무게감이 조금은 줄어든 느낌이다. “내가 그럴 자격이 있을까?” 이 말에는 멋있는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문제는 화려하고 멋있는 글쓰기가 아니라 대중과 소통하는 글쓰기가 되어야 하며, 그런 글쓰기라면 나도 한번 도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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